촌놈 되기
동자승 돼지머리/신진
신기루(진)
2017. 12. 13. 09:41
동자승 돼지 머리
알아주는 꼬리 곰탕집에 앉아
부동산 고수의 삼국지연의를 들으며
국정농단 대통령 올림머리 머리핀 행방 찾다가
잘 먹었다, 부자 되세요, 이 쑤시고 나오는 길
축산시장 입구 냉동 탑 차 뒤에서 만났다
다섯 분씩 여섯 분씩 널빤지에 올라앉아 하차 하시는
핑크빛 죄 없는 얼굴들
왠지 낯익다 싶어 인사부터 여쭈었으나
암만 처음 보는 분들이었다.
은근 친근한 느낌이 든 건 빡빡머리 미소 때문이었까?
비 맞은 나뭇잎들이 햇볕에 서로 거울 되어 몸 말리듯
꾀 하나 없는 얼굴들, 말끔히 때 벗은 동자승 대가리들
뭐라 나불대기도 하고 사분사분 웃기도 하는 돼지 대가리
긴가민가 이 쑤시며 남은 입술로 따라 웃어본다
한평생 꿀꿀꿀꿀 배고파 구불던 똥밭이며
등떼기 비벼대던 철봉 울타리에서
주는 밥 그저 먹을 때의 편한 웃음이 따라온 걸까?
아니 저 스님들이 나를 보고 웃고 가는지 몰라
이편의 분탕질이며 헛소리들을 뚫고 계시나 몰라
엣치 에에치, 국정농단 부동산 농단 사례 듣기에 사레들고
널빤지 동자승 돼지머리에 남은 기(氣) 마저 빼앗긴 하오
신발 신는 부동산 고수 엉덩이가 과녁처럼 뱅뱅 돈다
던지라 던져보라 유혹을 한다.
순간 나는 부레 없이 물에 뜬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지 않았어
이리 저리 쓸려 다녔건만 조아리지는 않았어
달아나는 엉덩이에 한사코 돋아나는 부자 되세요 분홍 꼬랑지
두 손 돌려 붙들고 숨기려 해도
꾸불턱 꾸불턱 한참을 요동치며 따라왔다
(시인동네, 17.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