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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울음소리-장지에서/ 신진

신기루(진) 2018. 1. 9. 11:20

울음소리 장지(葬地)에서

 

물은 울면서 흐릅니다, 껍질을 벗느라고

울며 갑니다, 몸을 낮추고

 

바람도 고개 숙인 채 울고 지냅니다

몸을 낮추고 오랜 노여움을 부려놓습니다

 

울지 않는다면 꽃인들 초목의 허물을 벗고

뽀얀 어깨살 말끔히 내놓으랴?

 

흙에 이를 때 되면 사물은 사물이던 때를 잊습니다

마지막 그리움 마지막 향기 녹여 내리고

저마다 지고 온 길들을 게워냅니다

 

물방울도 방울을 떼고 물이 되고

물이던 때마저 잊고 고요에 드는 시간

 

세상의 모든 명색(名色)이 몸을 녹이며

슬픔의 결정(結晶)에 다다릅니다

 

받아주소서

온통 신음에 싸여

 

여기 잊혀 지지 않은 인간 하나

제일 낮은 자리 흙에 이르고자

사위(四圍)의 울음소리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계간문예연구2017.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