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분(情分)
정분이 깊다 해서 한데 살아야 하는 법 없지
한데서 모난 데 서로 쪼아가며 지낸다 해도
어느 마디마디 따로 맴돌지 않으랴
다 같은 족속인 인류사회 다시 보면 그 이가 그이
잘 보면 다른 얼굴에서도 그 얼굴
다른 얼굴에서도 같은 마음 읽으며 살 만 하리라
일단 길이 어긋나면 돌아 다시 가기 힘든 법이지
살다보면 풀잎 뒤에 숨기도 하고 풀빛에 따라
색 다르게 울고 노래하고 목이 메어 잊게 되느니
다른 얼굴도 맞대고 새록새록 함께 구르다보면
귀하게 사무치기에 이르고
구르다 구르다 눈뭉치처럼 엉겨 큰 정 붙기 이르느니
내 속보다 깊은 정분이면 헤어나기 어렵고
내 키보다 큰 정분이면 눈에 들지 못하는 법
진실이란 비눗방울 같아서 공중에 한때 떠돌다 가고
깊고 큰 사랑의 매듭 풀다보면 길을 잃거니
범부에게 정분 쌓기란 떨 때 떨어내고 그이에게서 그이
그 마음에서 그 마음 옮겨 읽고 사는 일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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